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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

소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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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실패하는 CEO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1)장애물을 과소평가한다. 2)과거의 성공방식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3)자신과 회사가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4)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5)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쫓아낸다. 6)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지나치게 즐긴다. 7)본인과 회사를 지나치게 동일시 한다.

그런데 에스더 서에 나오는 하만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5장에서 하만이 왕과 함께 왕후의 잔치에 초대를 받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권력의 맛을 본 하만은 모르드개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장애물을 과소 평가하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쫓아내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왕에게 찾아가서 왕의 허락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이게 (2)인데,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하만은 이미 한번 재미를 보았습니다. 3장에서 왕에게 찾아가서 1만 달란트를 왕에게 바치고 조서를 받아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자기가 왕에게 이야기 하면 모르드개도 죽일 수 있으리라 확신했던 것입니다.

 

또 5장 14절을 보면, ‘그의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들이 이르되 높이가 오십 규빗 되는 나무를 세우고 내일 왕에게 모르드개를 그 나무에 매달기를 구하고 왕과 함께 즐거이 잔치에 가소서 하니 하만이 그 말을 좋게 여기고 명령하여 나무를 세우니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게 (3)번 자신과 회사가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인데, 하만과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페르시아를 장악하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50규빗이나 높은 나무에 모르드개를 공개 처형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먹은 하만이 다음날 아침에 왕에게 찾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밤에 아하수에로 왕이 불면증 때문에 잠을 뒤척이다가 역대 일기를 보게 되었고, 불과 5년 전에 있었던 두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의 반역 사건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이 일을 고발한 모르드개에게 어떤 상을 베풀었는지를 묻게 됩니다. 신하들로부터 모르드개에게 아무런 상도 베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하수에로 왕은 상을 주기 위해 마침 뜰에 있던 하만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말합니다. 그때 하만이 뭐라고 대답하냐면, 6절, ‘하만이 들어오거늘 왕이 묻되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여야 하겠느냐 하만이 심중에 이르되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시는 자는 나 외에 누구리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게 (4)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인데,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분명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한 것입니다.

 

어쨌든 하만은 자기가 상을 받을 것으로 착각해서 7, 8, 9절과 같이 해 달라고 말하는데, ‘왕께 아뢰되 왕께서 사람을 존귀하게 하시려면 왕께서 입으시는 왕복과 왕께서 타시는 말과 머리에 쓰시는 왕관을 가져다가 그 왕복과 말을 왕의 신하 중 가장 존귀한 자의 손에 맡겨서 왕이 존귀하게 하시기를 원하시는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말을 태워서 성 중 거리로 다니며 그 앞에서 반포하여 이르기를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시는 사람에게는 이같이 할 것이라 하게 하소서 하니라’ 왕복과 왕의 말, 왕관을 입히고 성을 다니면서 왕이 존귀케 하기를 기뻐하는 사람이라고 반포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게 (6)인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지나치게 즐긴다는 것인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에스더의 이야기를 보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장면마다 묘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와스디가 폐위되고 에스더가 왕후가 되고, 왕후와 함께 모르드개가 모반을 고발했지만 오히려 별볼일 없는 관직에 머물렀고, 대신 하만이 높은 관직에 오르게 되고, 하만의 계략으로 유대인들이 죽음에 위기에 처하자, 죽으면 죽으리라고 왕에게 나갔던 에스더의 모습, 왕과 함께 왕후의 잔치에 참여했던 하만이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나무 장대를 세우는 모습, 자신이 받을 줄 알았던 상을 모르드개가 받는 모습, 잠이 오지 않아 역대 일기를 읽던 왕(1절)과 번뇌하여 머리를 싸매는 하만의 모습(12절)...모두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생각에 당장 눈앞에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좋은 결말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왕후가 되었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자리가 되었고, 모반을 고발하였지만, 외면당했습니다. 반대로 하만은 왕후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지만, 왕후의 잔치에서 심판을 받게 되었고, 외면당했지만, 오히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종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일까? 13절에 보면, 중요한 단서가 나오는데, ‘자기가 당한 모든 일을 그의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에게 말하매 그 중 지혜로운 자와 그의 아내 세레스가 이르되 모르드개가 과연 유다 사람의 후손이면 당신이 그 앞에서 굴욕을 당하기 시작하였으니 능히 그를 이기지 못하고 분명히 그 앞에 엎드러지리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에스더와 모르드개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하만과 그의 아내와 친구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깨닫게 된 것은 자신들의 상대가 ‘유다의 후손이면’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록 바벨론, 페르시아 시대를 거치면서 용기있기 고향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목숨을 걸고 신앙의 절개를 지키지 못하고 그저 소시민으로 살아갔던 유다인들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반대자들의 입을 통해 고백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교회: 661 Agnes St. Victoria, BC V8Z 2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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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역자: 신 현 철 목사(Rev. Hyunchoul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