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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

소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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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인가? 하느님인가?

2012.02.21 08:22

소풍 조회 수:2129

하나님인가, 하느님인가?

보통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이라고 하고,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하나님에 대한 호칭이 다른지,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애국가 가사를 보면 ‘하나님이 보우하사’였는데, 나중에 ‘하느님이 보우하사’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 중에서는 ‘하느님’ 대신에 ‘하나님’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하늘을 신격화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사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올 때, 실학자들이 마태오 릿치의 ‘천주실의’라는 책을 가지고 왔는데, 청나라에서는 이미 ‘천주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천주’는 말 그대로 ‘하늘의 주인인 천주님을 섬기는 교회’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하늘’‘sky’와 같은 눈에 보이는 하늘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문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할 때와 같이 ‘우주’ 전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주’를 순 우리말로 ‘하늘님’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국어맞춤법이 바뀜에 따라 ‘ㄹ탈락’ 현상이 나타나서 ‘하느님’으로 된 것입니다.

그런데 100년 뒤에 개신교가 들어오면서 천주교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나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언더우드), ‘오직 하나이신 주님, 유일하신 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왜냐하면 ‘하나’라는 수사에 존칭어미를 붙이는 것은 한글맞춤법상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원래는 ‘하님’이었고 나중에 ‘ㄹ이 탈락’하면서 ‘하느님’으로 된 것이 좀 더 정확한 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유일하신 하나님’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성경에 ‘하나님’으로 번역되는 단어가 여러개 있는데, 크게 ‘엘로힘’과 ‘엘’입니다. 그런데 2200번 정도는 복수형인 ‘엘로힘’으로 되어 있고, 단수인 ‘엘’은 230번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분이신 하나님(유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나님’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단어는 ‘복수형’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히브리어 표현에 ‘장엄(majestic)의 복수’, ‘강조(intensive)의 복수’라는 문법적 규칙이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창세기 1장 26절을 보면,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는 말씀에서 ‘우리’라는 복수형이 반복되는데, 이것을 ‘심사숙고의 복수’ 혹은 ‘강조의 복수’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다른 피조물과 달리 사람을 창조하실 때는 그만큼 심사숙고를 하셨음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하나님’‘하느님’ 중에서 어떤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하느님’이라고 호칭을 통해서는 전능하시고 초월적이며, 우주적인 하나님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고, ‘하나님’이라는 호칭을 통해서는 ‘유일하신 하나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본다면 훨씬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교회: 661 Agnes St. Victoria, BC V8Z 2E7
연락처: 250-891-2260, http://www.victoriachurch.org
담임교역자: 신 현 철 목사(Rev. Hyunchoul Shin)